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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30일_다시 수학

봄이 오면 봄바람 2021. 5. 12. 00:00

인터넷 서점에서 초등학교 수학문제집들의 리뷰를 들여다 본 오늘 하루.

이유는 중1 아들의 수학 학습서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이제 초등 6학년,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들, 그동안 학원에 가지 않고 인터넷 강의와 문제집에 의지 해 자습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아들들은

몇일 후의 쪽지 시험 때문이라도 배운 것을
복습 해야 한다는 압박과

당장의 즐거움을 위해
공부를 뒤로 미루고 싶은 욕구 

그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는다. 

그러다 결국 공부 보단 게임과 유투브, 웹툰의 즐거움에 의식을 담그곤 한다.

웃긴 건 엄마에게 걸릴까봐 공부하는 척하며 그것들을 아슬아슬하게 즐긴다는 거, 그리고 내 눈엔 뻔히 다 보인다는 거.

아이들의 불안한 눈빛과 그 다듬어지지 않은 행동거지가 내 어릴 적 집중 못하고 엄마 몰래 딴 짓 하던 때를 생각나게 한다. 

어쨌든 결과는 비내리는 문제집.  특히 중학생이 된 아이의 문제집은 장마 수준이다. 

처음엔 딴 짓 하느라 문제풀이에 집중을 안해서 그 모양인 줄 알았다.
내 경험에도 공부란 원래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으니까.

이해한다 해도 그냥 둘 순 없는 노릇이다.
타이르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하나만 더 맞아와도 칭찬해 주곤 했는데

이제사 알게 된 건
아이가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
쳐다봐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더 다른 게 하고 싶었겠지.

교육방송과 문제집에 아이를 떠 맡긴
내가 잘못했다. 

학원을 보내야 할까 며칠간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내 자신이 학원에서 보내온 결과물에 너무 집착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돈을 들였는데 이 점수밖에 못받아와! 같은) 


그래서 초등수학을 다시 점검해 보기로 했다. 

수학이란 학문을 아이와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 보기로 나 스스로 마음 먹었다. 

어찌보면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가 없었다면 학원에 보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아예 없다고 생각했을테니까.

또,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가 수학으로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같이 경험하는 요즘, 내 학창시절엔 그렇게 꼴보기 싫던 수학이 나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별 희한안 일이다.
이런 흥미를 어릴 때 느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짬짬이 들곤 한다.
 

그간 버럭버럭과 우쭈쭈, 그리고 공갈협박 동원하며 아이에게 마치 다중인격자처럼 굴며 함께 수학의 웅덩이에서 팔딱 팔딱 뛰었는데 

아이의 스텝으로 같이 공부하기로 한 이상
고백해야겠다.

엄마의 수학 수준은 딱 너랑 같은 수준이라고, 우린 수학 앞에선 같은 출방선 앞의 학생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문제 풀다 틀렸을 땐 함께 되돌아가서 원리를 찾아보면 된다고,  쫄 거 없다고 말이다. 

엄마라고 모르는데 아는 척, 아이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기 염치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언제 이렇게 수학을 또 공부해 보겠나.

더불어서 지금 내가 느끼기 시작한 수학의 즐거움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전염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