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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경 <은행나무 연가>나의 서재/시 담기 2020. 2. 20. 20:35
<은행나무 연가>
윤준경
우리 집 은행나무는 혼자였다
아무리 둘러봐도 짝이 없던 은행나무는
연못 속에서 짝을 찾았다
그것이 제 그림자인줄 모르고
물 속에서 눈이 맞은 은행나무
물에 비친 제 그림자에 몸을 포개고
만 명도 넘게 아기를 가졌다
물방개는 망을 보고
연잎은 신방을 지켜주었다
해마다 가지 사이에 돌멩이를 얹고
그림자에게 시집 간 은행나무
한가마니씩 은행이 나와도
그것이 그리움의 사리인줄 몰랐다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연못이 걱정되는 은행나무는
날마다 그 쪽으로 잎을 날려 보내더니
살얼음이 연못을 덮쳤을 때 은행잎은,
연못을 꼭 안은 채 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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