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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8] 44일_채송화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6. 8. 23:29
빌라며 건물을 짓기 위해 산이며 밭이 온통 깎이고 갈리고 있는 마을을 걸어 지나갔다. 인도 정비가 끝난 곳 옆으론 마른 땅을 뚫고 듬성 듬성 초록들이 보인다. 나는 그 인도를 따라 걷다가 저어만치 떨어진 빈땅에 딱 한 송이 피어난 채송화를 보았다. 외할머니 집 담장 아래 그득 그득 무리지어 피어있던 채송화가 내 기억에 강렬해서, 한송이 뿐인 채송화가 먼지 섞인 여름 더위 안에서도 추워 보였다. 나는 직진으로 가던 발길, 커브를 그으며 채송화로 가까이 되돌아 간다. 다홍빛 채송화. 채송화의 고운 분홍 안에 깊은 보라 빛을 본다. 바다 만큼 깊은 그 속에 별들을 품었다. 채송화가 순간 우뚝, 고개를 더 높이 들어올려 나의 눈을 똑바로 보는 것 같다. 그러더니 씩씩하게 말을 건다. "자, 내 주위의 너른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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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5] 39일_ 즉흥 등산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5. 26. 23:35
오전 10시 30분 경, 장바구니를 들고 집 앞 마트로 향했다. 밤을 거쳐 아침까지 내린 비가 막 그친 참이었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곧 있을 거란 소식이 있었지만 콧 속에 들이차는 바람은 시원하고 맑았다. 킁킁, 차가운 물냄새를 콧속에 넣으니 조금 더 걷고 싶었다. 목적지였던 마트를 지나쳐서 요리조리로 골목을 탐험한다. 마트의 뒷길로 더 가다보면 산으로 통하는 등산로가 나온다. 나는 오늘 스니커즈를 신고 나왔다. 손엔 장바구니와 지갑이 들려 있다. 그리고 밝은 색의 면바지를 입고 나왔다. 전혀 등산과는 어울리는 복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발길은 갑자기 산길을 향하기 시작했다. Covid-19로 인해 만나는 사람, 활동 반경, 사회 생활이 많이 헐렁해 진지 오래. 밖으로 돌았어야 할 시간과 경험을 집 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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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1] 30일_다시 수학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5. 12. 00:00
인터넷 서점에서 초등학교 수학문제집들의 리뷰를 들여다 본 오늘 하루.이유는 중1 아들의 수학 학습서를 구매하기 위해서다. 이제 초등 6학년, 중학교 1학년이 된 아들들, 그동안 학원에 가지 않고 인터넷 강의와 문제집에 의지 해 자습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아들들은몇일 후의 쪽지 시험 때문이라도 배운 것을 복습 해야 한다는 압박과당장의 즐거움을 위해 공부를 뒤로 미루고 싶은 욕구 그 사이에서 늘 갈등을 겪는다. 그러다 결국 공부 보단 게임과 유투브, 웹툰의 즐거움에 의식을 담그곤 한다.웃긴 건 엄마에게 걸릴까봐 공부하는 척하며 그것들을 아슬아슬하게 즐긴다는 거, 그리고 내 눈엔 뻔히 다 보인다는 거.아이들의 불안한 눈빛과 그 다듬어지지 않은 행동거지가 내 어릴 적 집중 못하고 엄마 몰래 딴 짓 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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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4] 27일_수요일 밤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5. 5. 09:02
매주 수요일 밤 9시 10분이 되면 영상회의 앱을 열고 나를 포함해서 4명이 함께하는 영어대화 모임에 접속한다. 나와 이들은 지난 겨울부터 지금까지 수요일 밤에 온라인으로 만나 영어공부를 한다. 우리는 약 1시간 가량 영어로 정해진 토픽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약 반년 정도 함께 한 우리, 토픽 외 대화들도 틈틈이 나누다 보니 모임 시간이 1시간 30분을 훌쩍 넘길 때도 많다. 영잘알못인 나는 멤버들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 수요일 모임 전 말할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정리한다. 수요일은 아침부터 영어 부담감에 눌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모임에 조인했던 처음을 생각해 본다. 영어가 늘지 않아 발이 늘 묶여 있는 듯 했던 싱가포르 생활,더군다나 코로나로 삶은 더 제한되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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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26일_미루면 안되는 것들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5. 4. 01:33
특정 경험이 반복되어 쌓이다 보면 '아, 왠만하면 미루지 말자' 하는 일들이 생긴다. 가령, 집안일 중엔 설거지가 대표적. 하루 일과 중 먹는 일이 가장 거사(?)라 부엌일 참 많다. 특히 설거지를 바로 해두지 않으면 다음 끼니 준비 때 요리와 그릇 세척 두가지를 동시에 해야해서 일이 따블로 불어난 느낌. 물론 요리하러 주방에 들어섰는데 개수대가 설거지거리로 꽉 차 있다면 기분이 좋을리도 없고. 설거지는 미루면 안된다. 그리고 분리수거 품목 중,유제품 및 음식 배달용기, 식재료 용기 등을 바로 씻어 놓지 않으면 나중에 냄새도 고약할 뿐더라 눌러붙은 찌꺼기 떼기도 힘들다. 세척은 바로바로. 자기 전 세수는 꼼꼼하게, 깨끗하게. 안그러면 뾰루지가 올라온다. 너무 졸린 날에도 건너뛰지 말기. 나이 한살 씩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