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독서 후기
-
라훌 잔디얼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나의 서재/독서 후기 2021. 3. 29. 17:49
라훌 잔디얼이란 이름의 미국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의 저서로 작년 겨울에 번역출판된 책이다. '뇌'를 다루는 의사, 아이들 둔 아빠, 그리고 전공의가 되기 전 청년시절까지 저자의 인생과 뇌에 관한 이야기들을 책 안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낼 수 있었다. 이 책의 문체는 무척 친근하다. 전문 용어 의미 파악하느라 시간을 꽤 할애해야 하는 과학-의학 책이 아니라 참 다행이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늘 사용하는 뇌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에 대한 안내서로도 유용하다. 내가 인터넷에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늘 소화되지 않고 내 안에 답답하게 자리하던 궁금증의 해답지를 발견한 것 마냥 동공이 눈 한가득 펼쳐졌다. 설레임 가득 망설임 없이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나를 늘 골몰하게 ..
-
칼 세이건 <에덴의 용>나의 서재/독서 후기 2021. 2. 1. 22:50
책을 읽는다.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글을 쓴다. 이와 같은 행동을 통해 나는 가끔 내 내면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폭동을 잠재우곤 한다. 그러나 늘 그것을 잠재울 수 있었던 건 아니다. 때때로 진압에 실패하여 아이들을 향해 야수처럼 고함을 내지른다. 또, 분노로 인해 피도 눈물도 없는 결론을 상상하다가 화들짝 정신 차리곤 내가 짐승과 다를 바 없음에 비참해 진다. 주로 육아문제나 인간관계의 갈등에 빠져 거친 화가 이는 바로 그 때 내 심연 깊이 있는 것이 모성과 연민이 아닌 파괴와 힘의 추구임을 직면한다. 그것은 나에게 참 괴롭고 슬픈 일이다. 스스로 그 위기를 모면하려 책의 페이지를 들추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린다. 아니면 이렇게 글을 쓰거나. 그렇게 하루하루 우아하게 버텨보려 노력한다. ‘인간지성의 ..
-
이반 일리치 <텍스트의 포도밭>나의 서재/독서 후기 2020. 12. 8. 11:16
이란 책을 집어 든 것은 '나는 왜 읽는 걸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었다. 주석을 제외하면 190여 페이지, 본문의 양 만큼 뒤에 딸려있는 주석 부분을 보았을 때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이해를 위해 고심할 것도, 찾아볼 것도 많아 한달이란 기간 읽는 다는 것이 매우 촉박하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책 한권일 뿐인데 말이다. 성직자이자 작가인 이반 일리치의 이 책은 유럽에서 알파벳으로서의 표음문자가 개발되기 전, 라틴어가 텍스트의 기본이 되던 시기, 수사들의 읽기를 주요하게 다룬다. 또, 후반부에선 표음문자가 개발된 후 종이의 보급, 대량인쇄의 발달로 '책'의 개인소장의 시대가 열리면서 텍스트를 구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목표의 변화에 대해 논한다. 책의 여정에 12세기 이전의 인물인 수..
-
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고나의 서재/독서 후기 2020. 11. 6. 10:07
나는 가끔 사람들과의 만남 후 집에 돌아와선 내가 사용한 어휘나 행동 중에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만한 게 없었나 반성하곤 한다. 혹여, 그런 게 있었다고 판단되면 혼자 속앓이를 끙끙하며 속상해 한다. 이런 죄책감이 나의 안식을 위해서 일수도 있겠고, 다른 사람에게 상처와 아픔을 준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두 가지 다 어찌 되었든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과 나의 관계맺음에서 따라오는 자연스러운 공생의 증명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세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테러, 살상, 인종차별, 그리고 과거에 행한 국가적 만행을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뉴스에서 접하다 보면 사람 안에 미움이 이렇게 가득했나 생각이 든다. 나 같이 말 한마디 실수에 밤 잠 못이루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