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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 잔디얼 <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나의 서재/독서 후기 2021. 3. 29. 17:49
라훌 잔디얼이란 이름의 미국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의 저서로 작년 겨울에 번역출판된 책이다.

'뇌'를 다루는 의사, 아이들 둔 아빠, 그리고 전공의가 되기 전 청년시절까지 저자의 인생과 뇌에 관한 이야기들을 책 안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낼 수 있었다.
이 책의 문체는 무척 친근하다. 전문 용어 의미 파악하느라 시간을 꽤 할애해야 하는 과학-의학 책이 아니라 참 다행이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가 늘 사용하는 뇌의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에 대한 안내서로도 유용하다.내가 인터넷에서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 늘 소화되지 않고 내 안에 답답하게 자리하던 궁금증의 해답지를 발견한 것 마냥 동공이 눈 한가득 펼쳐졌다. 설레임 가득 망설임 없이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나를 늘 골몰하게 만드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자식 문제도 아니요, 남편 문제도 아닌 몇해 간 계속 '나'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몇 년 전 심리학을 좀 들여다 본 적이 있다. 그 계기로 미술치료사 자격증까지 꾸역 꾸역 따게 되었지만, '나'란 문제는 늘 해결되지 않는 쳇증 같은 것 이었다.
과거의 나, 인간 관계를 들여다 보며 이해하고 용서하는 시간이 소중한 자산이 된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무엇인가 늘 모자른 헛헛함이 있었다. 긍정적인 마음먹기, 화해, 용서, 치유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단어들보다 명확한 것, 또렷한 개념이 필요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란 사람의 작동원리를 말이다. 그리고 나이 먹어가고 있는 나에게 가능성이란게 있는지도 궁금했다.그래서 '뇌'에 꽂혔나보다!
작가가 이야기 하길, 우리의 뇌에서 인간다움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동기부여와 보상추구 행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모든 감정과 기억, 가능한 반응(결과)을 생각하는 일 등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특히 '전전두엽피질 (Prefrontal cortax)은 전두엽의 가장 앞쪽에 자리하게 되는데 그곳은 신경과학자들이 밝혀낸 바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도 완전히 성숙하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슬금 슬금 위안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는 유아기, 아동기의 뇌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은 완전히 성장한 상태로 여겨 그들의 지력(빠르게 계산하는 능력, 장기 기억을 형성하는 능력 등)이 앞으로 더 발전하지 않을 것으로 믿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대학에 들어가도 나처럼 아직 성장할 부분이 남아 있다. 의사 결정 능력과 판단 능력은 뒤늦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경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신경과학자들이 밝혀 낸 바로는, 뇌 특히 전전두피질)가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는 완전히 성숙하지 않는다> -P 230-
오랜 시간 방황하는 성인들의 뇌도 닫혀 있는 상태가 아니라 계속 성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성인 사춘기를 겪고 있는 나에겐 희소식이다. 나는 나이 먹어서도 감정이 질풍노도요 미성숙한 사고에 40대 철부지가 따로 없다고 나를 여겼다. 뇌가 젊을 때 헛 짓거리 했다며 돌아오지도 않을 시간에 미안해 했다. 그러나 나의 오랜 실수와 고민들은 좀 늦었을 뿐, 언젠가 통합을 위한 여정일 것이라 한시름 마음을 놓아본다.<뉴런이 최적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마지막 단계는, 신경세포 주변에서 나온 지방질의 절연체가 뉴런의 축삭돌기를 감싸 기다란 케이블처럼 되는 것이다. 이를 '미엘린화'라고 부른다. 이 과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뇌는 완전히 성장한다. -중략- 1,500명의 뇌를 대상으로 미엘린화 과정을 살펴보았더니 20대에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30대 초반까지 진행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오래 '자기 자신을 찾는' 사람들, 그러니까 사춘기를 오래 겪는 사람들은 어쩌면 이 현상으로 설명할 수있을지도 모르겠다.> -P 231-
우리집엔 공부하는 소년이 둘 있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어른 둘. 보통 학습을 하면 테스트가 뒤 따라 오며 그 이후 그에 따른 성과가 오기 마련이지만, 지금 그에 해당되는 삶을 학생인 아이들은 경험하고 있지만, 또 회사를 다니는 남편 역시 속해 있지만 나는 비껴가 있다고 여겼다. 일을 놓은지도 꽤 됐고 노화의 수순을 밟고 있는 뇌인지라 작은 것이라도 '도전'이란 단어를 내 손으로 거머쥐고 나아가는 것이 시간낭비가 될 까봐 무서웠는데(그럼에도 '모지스 할머니'라던지 유퀴즈에 출연했던 정년퇴임 1년 남긴 늦깍이 9급 공무원의 이야기는 부러웠단) '나이 들면 뇌가 못 따라가서 못해'라는 말도 이 책을 본 이상 핑계대지 못할 것 같다.<성공으로 가는 길은 누구나 다르지만 영리할 수록 더 좋은 기회가 생기는 건 분명하다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균형을 잘 잡을 수록 역시 더 나은 성과를 얻고, 장애물을 극복하고, 오래 연습하기로 결단을 내리고 투지를 불태울 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전두엽이나 우전전두피질의 중심영역이 이런 능력들을 강화하는데 근본적인 역할을 하는게 사실이다. 뇌 전체가 조화롭고 통합적으로 함께 작용해야 최선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지만 말이다.> -P 53-
이렇게 기특한 전두엽을 포함한 뇌는 잘 가꾸면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어릴 떄 부터 잘 가꿔주면 더 좋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작가는 책에서 뇌가 좋아하는 음식과 그리고 운동들도 책의 각 챕터 사이에 소개했다.뇌를 위한 두뇌 운동으로
1. 딴생각하기
2. 놀이하듯 일 하라
3. 밖으로 나가라
4. 더 많이 빈둥거려라
5. 잠을 충분히 자고 몽상하고 놀고 걸어보라
6. 일 말고 다른 뭔가를 해봐라
등을 제시했다.
또한 뇌가 좋아하는 식단엔 마인드 식단과 케톤 식단, 간헐적 단식 등이 '왜' 좋은지도 안내했다. 평소 간헐적 식단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참 기분좋은 정보였다.뇌의 작동 원리와 성장방법, 그리고 뇌를 위한 식단과 운동방법까지 아우른 저자의 뇌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내 머리 안의 '뇌'를 아이 돌보듯 배려하고 관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뇌가 늦게 자라고 몸만 빨리 커서 다행인걸까. 세월의 속도를 늦출 순 없지만 뇌는 덜 여물었다고 믿으며 이제부터 잘 여물기 위해 잘 가꿔줘야겠다. 시간이 없다고 뇌를, 나를 몰아새우지 말고, 재촉하지 말고, 긴장을 떨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그 보다는 훨씬 나은 존재다> -P 87-
하드웨어는 시간의 흐름에 삭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은, 나는 성장할 수 있는 뇌가 있기에 그렇구나, 기계가 아닌 그것보다 훨씬 나은 존재인 것이구나.'나의 서재 > 독서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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