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0210608] 44일_채송화
    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6. 8. 23:29


    빌라며 건물을 짓기 위해 산이며 밭이 온통 깎이고 갈리고 있는 마을을 걸어 지나갔다.

    인도 정비가 끝난 곳 옆으론 마른 땅을 뚫고 듬성 듬성 초록들이 보인다.

    나는 그 인도를 따라 걷다가 저어만치 떨어진 빈땅에 딱 한 송이 피어난 채송화를 보았다.

    외할머니 집 담장 아래 그득 그득 무리지어 피어있던 채송화가 내 기억에 강렬해서, 한송이 뿐인 채송화가 먼지 섞인 여름 더위 안에서도 추워 보였다.

    나는 직진으로 가던 발길,  커브를 그으며 채송화로 가까이 되돌아 간다.


    다홍빛 채송화.
    채송화의 고운 분홍 안에 깊은 보라 빛을 본다.
    바다 만큼 깊은 그 속에 별들을 품었다.
    채송화가 순간 우뚝, 고개를 더 높이 들어올려 나의 눈을 똑바로 보는 것 같다. 그러더니 씩씩하게 말을 건다.

    "자, 내 주위의 너른 이 빈 땅을 기억해 놔.
    그리고 앞으로 나를 봐줘.
    내가 이 곳에 얼마나 많은 내 무리를 피어 오르게 하는지.
    내 뿌리가 얼마만큼 널리 퍼지고 깊이 내려갈 지 말이야. "

    채송화,
    너를 여리다고 착각했던 좀 전의 그 순간이 머쓱하다.

    누가 누구를 여리다 판단하는건지
    짧은 내 속을 반성하며
    난 채송화가 이제 부럽기만 하다.
    채송화의 야심만만, 그 강단 말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