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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 <바람이 이는지>나의 서재/시 담기 2020. 12. 13. 23:45
바람이 이는지 나무들이 한 방향으로 흔들리고 있다
몇 줄의 기억과 사유의 마디마디들이 달그락거리면서
창 유리에 달라붙고 부질없는 시간들도 성에처럼 앞을 가린다
새들이 날기를 멈추고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나그네들이 검은 여인숙으로 들어간다
나는 블라인드를 걷고 불 켜진 창을 본다
겨울의 흰 산과 산 사이로 눈을 감고
오래도록 걸으면
우리는 물을 볼 수도 있으려니
눈물 흘리지 않아도 고요에
이를 수 있으려니
오오,
벌판에서는 아직도 눈이 매리고 띄엄띄엄
버드나무들이 흔들리고 그림자 같은 것들이
급류를 이루면서 흘러가고 있다 어느 지방에서는
별이 돋아오르는지 하늘이 높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