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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31] 3일_민들레의 시간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3. 31. 21:12
우리는 봄에 피는 어여쁜 꽃들을 보며 지리멸렬한 일상사를 잠시 잊고 아름다운 한 순간을 음미한다. 매일이 헌 날 같이 돌고 도는 삶을 살지만 이 계절의 꽃들이 망울을 터 색색의 공기가 천지를 휘감으면 봄과 함께 새 날을 살고 있음을 깨닫곤 한다.
봄에 피는 꽃들은 그래서 참 어여쁘고 고마운 존재다.
100세 시대를 사는 지금 인간의 시간으로 치면 봄꽃들의 삶은 짧다. 벚꽃은 만개 한 뒤 금새 봄비에 섞여 땅과 하나가 된다. 민들레는 그 보다는 오래 가지만 늦봄에 노오란 빛깔은 금새 하늘로 떠오르는 눈송이가 되어 비행을 시작한다.
같은 나무에서 움텄다 해도 작년에 핀 꽃과 올해 핀 꽃은 다른 아이일 것이다. 공터와 난 자리가 같다고 작년의 그 민들레가 올 해의 그 민들레가 아닐 것이다.
봄에 피는 꽃들에겐 봄 한철이 그들의 인생 전체일 것이다.
꽃들은 일생 동안 '아, 예뻐' 소리를 가장 많이 듣겠지? 또 그 자태를 찬미하는 팬들의 시선을 살아 있는 내내 흡족하게 받아낼 것이다.
땅을 밀어내며 또는 가지를 쪼개며 힘겹게 세상에 나왔지만 주변의 따뜻한 관심 덕에 '태어나서 행복해' 할지도 모르겠다.참 질투나게 사랑스런 시간을 보내고 그들은 가는 것이다.
봄 꽃들처럼 사는 내내 넘치도록 애정을 받는 생이 이 세상에 또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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