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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까치소리>나의 서재/시 담기 2020. 2. 11. 00:45
신경림 간밤에 얇은 싸락눈이 내렸다 전깃줄에 걸린 차고 흰 바람 교회당 지붕 위에 맑은 구름 어디선가 멀리서 까치 소리 싸락눈을 밟고 골목을 걷는다 큰길을 건너 산동네에 오른다 습기찬 판장 소란스런 문소리 가난은 좀체 벗어지지 않고 산다는 일의 고통스러운 몸부림 몸부림 속에서 따뜻한 손들 뜰판에 팽개쳐진 이웃들을 생각한다 지금쯤 그들도 까치 소리를 들을까 소나무숲 잡목숲의 철 이른 봄바람 학교 마당 장터 골목 아직 매운 눈바람 싸락눈을 밟고 산길을 걷는다 철조망 팻말 위에 산뜻한 햇살 봄이 온다고 봄이 온다고 어디선가 멀리서 까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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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조용한 일>나의 서재/시 담기 2020. 1. 9. 00:36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 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나에겐 예나 지금이나 사람만큼 어려운 것도 없으니.... 김사인 시인의 시는 나를 늘 위로한다. 나는야 Introvert. 그러나 성향의 문제를 떠나서, 그저 사람을, 특히 나를 믿지 못했던 내 문제가 고립의 골을 깊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 와 여기서 새로운 인연이나 상황을 마주하는 순간마다 그것이 너무나 명백했다. 신뢰의 회복과정은 쉽지 않다. 꽤 시간은 걸릴 것이고 매일 몇번씩 사람들과 엮이며 시험 문제 풀듯 골이 아플 것이다. 그럼에도 곤란한 지점을 관심있게 바라보며 치유할 일만 남은거니 이건 분명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