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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3] 20일_우리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4. 24. 02:29
매 순간 달아나는 시간은 우리 경험의 찰나도 챙겨 달아나. 많은 것들을 그 흐름에 떠나 보내면 기억은 헐렁해지곤 하지. 그런데 나의 추억과 너희의 추억이동류의 감흥으로 겹쳐지는 순간은 반짝이며 마음에 새겨져. 그러면 시간에 쓸려 가지 않는,절대 잊지 못할 우리만의 것이 되지. 얘들아. 엄마와 아빠의 90년대를2021년에 어깨 들썩 즐겨줘서 고마워. ----------------------------------------------------------------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는 내 성향 탓이기도 하지만, 암튼 집에는 내 청춘의 배경음악이 된 오래된 음악 CD와 지금 펼쳐도 애정의 레이저가 눈에서 번쩍하게 만드는 만화책들이 잘 살아있다. 볼것도 할것도 차고 넘치는 요즘 시대, 아이들은 유물같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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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1] 18일 나는 전업주부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4. 22. 02:21
밤마다 아이는 핸드폰으로 전송된 시간표를 보고책가방에 교과서를 챙겨 넣는다. 또한, 학교 시험 주간이라 아이는 시험 공부로 (짜증내느라) 바쁘다. 유일하게 아이가 초 집중하는 시간은반듯하게 짜여진 학업의 일과에서 벗어나짜투리 휴식을 (게임으로) 맛볼 때 이다. 아이는 더 긴 시간의 자유를 갈망하며 투덜거린다. 가야할 학교가 있고,정해진 학교의 일과가 있고,그렇게 나열된 나날들을 보낸 뒤시험이라는 절차로 지루하게 쌓아올린 책무들을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그땐 가슴이 쫄깃할 것이다. 자유란 감당해야 할 책무가 뚜렷할 때 더 짜릿한 거.심장 쫄깃한 시험이 끝난 뒤한시적으로 맛보게 되는 해방감은 달콤새콤 할 것이다. 직업이 전업주부가 된 이후 나의 하루 24시간은 집안 일들로 바쁘다. 엉덩이를 잠시라도 붙일 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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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6] 15일_잊지 않을께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4. 17. 00:22
아이가 늦잠을 잤다. 헐레벌떡 학교로 뛰어나가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 오늘 아침 아이를 보내고 바라본 창 밖은 먹구름이 가득했다. 스산한 공기, 비가 올것만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읽히던 책인데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마음이 어수선하다. 괜히 라면이 생각나서 끓인다. 고춧가루를 더 넣는다. 그래야만 맛이 느껴질 것만 같았다. 저녁까지 속이 부대낀다. 머리도 계속 웅웅 거린다. 걸으면 좀 가라앉을까 싶어 밤산책을 나선다 비온 뒤의 봄 밤 공기는 차가워 애리고. 하루종일 어떠한 일도 편하게 하지 못한 하루. 이유를 모를 리 없다. 오늘은 세월호 7주기다. 그저 애도하는 마음 뿐이라 미안했던 오늘. 그들의 가족들을 생각하면 일상의 미세한 균열조차 죄책감이 든다. 그럼에도, 계속 기억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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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5] 14일_나의 고질병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4. 15. 23:52
잡지를 읽던 중 '북클럽'에 관한 1페이지 기사를 접했다.마침 내가 아는 책으로 북클럽 모임을 가졌기에 지나치지 않고 읽었는데. 같은 책을 읽어도 역시 사람마다 책을 통해 얻는 것도 다르고 감상도 다르다.. 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새 기사 주제를 탐구하지 않고 (기사는 '북클럽에서 느끼는 공동체 감각'에 관한 것이었다) 그저 인터뷰에 참여한 북클럽 사람들의 멘트에 일일이 과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것이 또 튀어나온 걸 깨달았다. 나 자신을 비교 안하고 넘어가기 어려운가보다. 나 왜 이래?이거 참 고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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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4] 13일_만남100일 내 방으로 출근합니다 2021. 4. 14. 22:49
오랜만에 세명의 친구를 만났다오고 가는 대화로 우리가 꽤 오래 만남을 유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유치원 때 만나 동갑인 우리의 자녀들은 벌써 중학생이고흰 머리 걱정에 염색 잘하는 미용실 정보를 나눈다.곧 있으면 우리 모두 반 백살이라며 울지 못하고 허허 실실 거렸다. 그들과 헤어져 집에 오는 길, 만남에 대해 고민했다.어떤 이는 만난 시간과 함께 정이 깊어 간다. 그러나 어떤 이는 그와 같지 않고만남의 해가 쌓여가던 어느 순간 '아, 이런 사람이었나' 입을 다물고 그간의 에피소드를 곱씹는다. 그가 변한 건지내가 변한 거지시간이 사람 사이 감춰져 있던 것을 걷어 간 건지 잘 모르겠다. 그저 그와의 만남이 앞으론 힘들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에만약 어릴 적 그런 상황이라면 시간을 돌이키고 싶어 눈물이 났을 것이다..